지난 주말 오랜만에 남편하고 산책을 다녀왔다.
최근 37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져서 에어컨이 없는 우리는 꽤 고생을 했다🥵.
다행히 온도가 내려가서 산책하기 좋은 날씨가 돌아왔다🍃.
너무 그리웠던 선선한 베이 날씨 ㅠ
집에서 제일 가까운 산책 코스는 UC 버클리 대학 캠퍼스. 걸어서 10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있다.
UC 버클리는 캘리포니아 베이지역에 위치한 자타공인 세계적인 명문대다🏫.
2024년 포브스 미국 5대 대학에 선정이 됐다. 라이벌 관계로 알려진 스탠퍼드는 2위.
간혹 동부에 있는 버클리 음대와 헷갈리는데 스펠링도 지역도 다른 별개의 학교다.
문과, 이과, 공대 할 거 없이 골고루 최고 수준의 명문대라 그런지 학생들의 (+ 부모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베이 지역에 사는 학생들도 어릴 때부터 아예 버클리 입학을 목표로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그만큼 들어가기가 넘나 어렵다는 거... 🫠
UC 이름을 가진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교 캠퍼스는 총 10개로 알려져 있다.
그중 제일 첫 번째 캠퍼스인 버클리는 1868년에 설립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버클리 학생들과 이곳 주민들은 UC 버클리라는 이름 대신 캘리포니아의 줄임말, "Cal" 캘이라고 더 많이 부른다.
이곳이 캘 주립 대학들의 시초라는 자부심이 담겨있는 닉네임 같다.
막상 캘 하면 외부인들은 읭? 하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UC 버클리라고 해야 그제서야 알아듣는다.
개인적으로 나는 버클리 대학교와는 연관이 단 1도 없다.
UC 버클리가 있는 도시 버클리에서 사는 것과 아주 예전에 수업을 두 번 정도 들은 적 있던 것,
그리고 UC 버클리 졸업생인 남편 덕에 내적 친밀도가 약 1 정도는 있다는 것.
정작 졸업생인 남편은 별 감흥이 없는 듯.
심지어 졸업 때 받은 학교 티셔츠도 나 줘버림... 🤷🏻♀️
잘 입고 댕기고 있다.
대학교와 관련이 없는 그저 버클리 주민인 나에게 UC 버클리는 단지 명문 대학교를 넘어 지역 사회를 책임지는 학교로 느껴진다.
버클리 주변의 수많은 식당들과 끊임없이 들어서는 아파트들 (허구헌날 공사 중이다),
그리고 크고 작은 상점들은 대부분 학생들과 학교가 먹여 살린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점 외에도 대학교 소유의 식물원, 콘서트 홀, 그리고 스테디움에서 일 년 내내 다양한 경기와 공연을 하기 때문에 외부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주차 대란과 교통 혼잡은 덤...😬
하지만 학교 중심으로 돌아가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겨울과 여름 방학 기간에는 고스트 타운이 된다.
아예 문을 닫는 식당들도 있고 도시 자체가 고요해진다.
직장인인 우리 부부는 사실 학생들이 빠져나간 고요한 버클리를 더 좋아한다.
소음도 아무 곳에나 버리는 쓰레기들도 새벽에 창을 타고 들어오는 마리화나 냄새도 현저하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4만 5천 명 가까이 되는 재학생들이 복작복작 몰리면 도시에 생기도 돌고
젋은 기운이 넘치는 대학생들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그냥 가만히 있어도 기가 빨리는 느낌이랄까 😱.
캠퍼스가 워낙 넓어 산책으로 제격이다.
사계절 푸른 편인 데다 봄에는 벚꽃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리는 늘 남문으로 들어가서 북문으로 나가 핫도그 하나 사 먹은 후에 다시 내려오는 코스를 돈다.
버클리 사는 동안 이 캠퍼스를 몇 번을 돌았는지 기억도 안 난다.
산책 외에도 남편의 가이드로 캠퍼스 이곳저곳을 구석구석 구경할 수 있었다.
버클리의 남문 Sather Gate.
졸업생들과 관광객들이 여기서 사진을 음청 많이 찍는다.
세더 게이트 주변은 Free Speech Movement (자유 발언 운동)이라는 학생 운동이 시작된 곳이기도 하고
1967년에는 마틴 루터 킹이 방문해 연설도 했다고 한다.
킹의 이름을 따서 지은 MLK 빌딩은 현재 학생 회관으로 쓰인다.
남편하고 가끔 책 읽으러 간다. 꽤 쾌적하고 좋다.
Free Speech Movement 카페에 들려 책을 읽었다.
겉으로 보기엔 쫌 흉물스러운데 안에는 분위기가 좋다.
카페 내부는 Free Speech Movement 관련 기사와 인물들에 대한 정보로 인테리어를 했다.
버클리에서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듯.
하지만 음료수 맛은 쏘쏘 🤪.
학교 안에 있는 카페라 그런지 학생들이 많았다.
젤러바흐 홀이 보인다. 클래식 음악을 비롯해 다채로운 공연을 많이 해서 학생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인기가 좋다.
2년 전에는 조성진이 왔었고 (한국인 정모인 줄) 내년에는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도 온다.
물리과 학부/대학원 졸업은 여기서 한다고.
UC 버클리의 상징 벨타워 (Campanile)가 보인다.
주기적으로 짧은 연주도 하는데 저녁에 들으면 무섭기까지 하다.
가끔 오페라의 유령 넘버도 연주하는데 아주 구성지고 으스스하다.
타워에 올라갈 수 있다고 하는데 아직 올라가 본 적은 없다.
길을 따라 올라가면 보이는 메인 도서관.
UC 버클리에는 27개의 도서관이 있다고 한다. 여긴 메인 도서관인 도 라이브러리.
내부는 길을 잃어버릴 정도로 크다. 책도 엄청 많다.
근데 의자는 살짝 불편 ㅠ
남편 피셜 대학원생 전용 스위트도 따로 있다고 한다. 엄청 좋다고.
도 라이브러리 앞 잔디밭에는 비 오는 날과 공사 제외 학생들이 널브러져 있다.
남편의 피, 땀, 눈물, 한과 악 이 담긴 물리과 건물 🥲.
건물 앞은 노벨상 수상자들의 지정 주차 스폿이다.
UC 버클리는 110명의 수상자들을 배출했다고 한다. ㅎㄷㄷ...
남편 찬스로 건물 안에도 들어갈 수 있었다.
(사실은 둘 다 화장실이 급했서 들렸다).
카드가 없으면 입장이 불가능하다.
근처에 영화 오펜하이머 촬영지도 있다.
부모님이 영화를 봤다고 해서 캘리에 잠깐 놀러 오셨을 때 구경시켜 줬는데 역시 기억을 못 하고 있다.
너무 빠르게 지나간 장면이라;;;
북문으로 올라가는 길.
동아시아 도서관이 보인다. 한국어 책을 다량 보유하고 있고 도서관 자체가 모던하고 예쁘다.
다만 이용 시간이 짧고 주말에는 닫아서 자주 가지는 못 한다.
북문으로 나오는 이유는 단 하나, 한국 스타일의 핫도그 가게가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처음 오픈했을 때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점점 인기가 많아지더니 이젠 제대로 자리를 잡은듯.
남편하고 하나씩 시켜 먹었다. 이러니 살이 찌지.
핫도그 클리어하고 다시 캠퍼스를 가로질러 되돌아가기.
걷다보면 바닥에 큼지막한 로고가 있는데 이걸 밟으면 졸업을 못 한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학부생들은 (대부분) 굳이 밟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대학원생들은 굴하지 않고 밟는다고... 🥲
대학원생들은 세계 어딜 가나 짠내가 난다.
남문으로 내려오면 텔러그래프 길이 보인다.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식당들이 밀집해 있다.
버블티라고 불리는 보바티 가게가 음청 많다. 진짜 많다.🧋
근데 다 장사가 잘 되는 듯하다.
아시아인 학생 비율이 높아서 그런가.
학생들 대상이라 음식 가격은 높지 않지만 평균적으로 퀄리티도 높지가 않다는 게 함정.
하지만 찾아보면 꽤 맛있는 식당도 많고,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식당도 꽤 된다. 유구한 역사는 가졌지만 맛은 없는 식당도 있다.
칼리지 타운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살게 될 줄이야 😌.
언제 버클리를 떠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더 조용한 곳으로 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근데 추억이 많아 막상 떠나면 엄청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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