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A day in the Bay)

Legion of Honor - 2024.12.28

adayinthebay 2025. 1. 4. 09:05

베이 지역 방문 중이신 어머님을 모시고 리전 오브 아너 (Legion of Honor) 미술관에 다녀왔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는데 그중 리전 오브 아너를 가장 좋아한다. 

시빅센터에 있는 아시안 뮤지엄도 좋아하는 박물관 중에 하나. 

리전은 도심에서는 조금 떨어진 링컨 파크 내 위치해 있다.

골든 게이트 브릿지가 잘 보이기 때문에 시간이 넉넉하다면 미술관 가는 김에 호젓하게 산책도 할 수 있어서 좋다.  

프랑스 궁전인 '레지옹 도뇌르'를 본떠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거길 가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확실히 궁전같이 생기긴 했다. 그리고 도심 한가운데 있는 다른 박물관들에 비해 더 차분한 분위기. 

가는 길. 12월 샌프란은 확실히 우기. 

분위기 흡사 공포영화 인트로. 

미술관 앞까지 버스가 온다. 몇 번인지는 모르겠지만. 

야외 무료 주차가 있는데 사람이 몰리는 시간은 미술관 가까이에 주차하기가 쉽지 않다. 

여차하면 미술관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El Camino del Mar 길에 주차해서 조금 걸어가도 괜찮음.  

몰랐는데 2024년은 리전 개관 100주년 기념이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로뎅 작품이 엄청 많다는 것. 입구부터 생각하는 사람. 

미술관 안에 들어가면 로뎅 전시관도 따로 있다. 전시관도 초기 작품, 중기 작품, 후기 작품으로 나뉘어 있을 정도로 로뎅 작품이 많다. 

우리는 토요일 오후에 방문을 했다. 

토요일에 방문한 이유는 베이 지역 주민들한정 토요일엔 리전 입장이 무료이기 때문! 

물론 상설전시는만 무료고 특별전은 따로 입장료를 내야 한다. 

우리는 상설전만 보고 나올 예정이어서 어머님만 입장료만 지불했다. 그것도 시니어 할인을 받음! 

시니어 $17 (택스포함 $18).

스티커를 보여 주고 입장하면 된다. 

한국어로 된 안내 책자도 비치되어 있고 그 안에 미술관 지도가 있어서 다니기 편하다.

기본적으로 큰 미술관이 아니라 딱히 지도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우리 갔을 때는 메리 카사트 특별전을 하고 있었다.

특별관은 지하에 있고 상설 전시는 1층에 몰려 있다.

크진 않지만 구석구석 볼 게 많다.

 

특히 로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엄청 좋을 듯.

우리가 리전을 고른 이유는 또 있는데 그건 바로 어머님께서 리전에 있는 모네의 수련을 좋아하시기 때문.

멀리서도 보임.

마음에 드셨는지 한참을 서서 감상하셨다. 

수련 외에도 모네의 다른 작품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그 외에도 윌리엄 아돌프 부그로의 '깨진 항아리,' 쇠라의 '에펠탑', 윌리엄 비치의 'Master James Hatch' 등등 많은 명화가 있다. 

유럽 여러 작가들의 작품들 외에도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의 골동품과 조각품들이 있으니 여유 있게 천천히 둘러보면 좋을 것 같다.

우리가 간 날은 운 좋게 라이브 오르간 연주도 해줌. 

짧은 투어를 마치고 지하 1층 뮤지엄 스토어에서 기념품을 샀다. 

굳이 사지는 않더라도 한 번쯤 들려보는 것도 좋을 듯. 

나오는 길에 해가 갰다. 깨끗하게 파란 하늘.

오락가락하는 날씨. 

하루 종일 어두컴컴한 날도 있지만 이렇게 하늘이 금새 개는 날도 종종 있어서 기나긴 우기가 견딜만하다. 

우기라고는 해도 시애틀 사는 사람들에게는 귀여운 수준일듯.

나약한 캘리인들.  

우리는 어머님을 모시고 가서 미술관만 빠르게 구경하고 나왔지만

내가 추천하는 루트는 미술관 + 랜즈엔드 (Lands End) 산책로를 함께 가는 것. 

Lands End Labyrinth을 찍고 가면 된다. 

미술관은 사람이 없는 오전 시간에 가고 나와서 랜즈엔드 산책로를 가면 완벽하다. 

산책로에는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미술관에서 한 번 갔다 오는 걸 추천. 

 

랜즈 엔드 산책로는 완만하다고 할 수 없지만 거리가 짧고 금문교가 아주 잘 보인다.

안개가 많이 끼는 샌프의 특성상 날씨의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2022년 1월 아직 코로나 때 친구들과 함께 가서 찍은 사진. 

개안적으로 엄청 추천하는 산책길. 

하지만 나 같은 저질 체력은 이 짧은 산책길 후에 꼭 단 걸 먹어줘야 한다. 

아예 미리 챙겨가거나 나오는 길에 어디 들려서 당을 보충할 것. 

 

랜즈엔드 말고 더 완만한 길로 산책을 할 수도 있으니 이왕 미술관 간 거 그냥 나오지 말고 어디라도 조금 걷다 나오는 걸 추천.

리전 주변은 부내가 폴폴 나는 주택들이 밀집해 있다.

거기서 조금 더 빠져나오면 이런 평범한 일반 주택가도 보인다.

 

샌프란은 아주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데 요새 계속 미디어에서 텐더로인에 집중이 되는 게 조금 속상하다. 

물론 마계도시 텐더로인과 무너져가는 유니언 스퀘어도 샌프란의 한 부분이지만,

텐더로인은 아주 예전부터 위험한 지역이었고, 유니언 스퀘어는 분명 지고 있지만 샌프란의 다른 지역들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고,

텐더로인과 유니언 스퀘어가 샌프란의 전부는 아니다.

사람들로 늘 북적이는 차이나타운, 페리빌딩, 피어 외에도 샌프란에는 볼게 넘친다.

남편과 늘 하는 말이 샌프란은 가도 가도 할 게 많고 볼 게 많다는 거.

개인적으로 우리는 헤이즈 벨리의 나른한 바이브도 좋아하고, 1년 내내 울창한 골든 게이트 파크의 녹음도 좋아한다.

파크가 너무 넓어서 아직 못 가본 곳도 많고 다시 가고 싶은 곳도 있다.

워리어스와 자이언츠 경기 외에도 수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의 특별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미션 주변의 다양한 맛집을 가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고, 워낙 다양성의 도시이다 보니 차로 이 동네 저 동네 드라이브 다니는 것만으로 재미있다. 

다리 건너에 살아서 샌프를 자주 가고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다고 생각하는데

베이 살이 n연차임에도 불구하고 시티는 갈 때마다 재미있고 아직 못 가본 곳이 많다.   

샌프란시스코의 치안은 질타 받아 마땅하지만, 샌프란시스코의 다양한 얼굴도 보고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