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 in 실리콘밸리 - 2024.12.13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가 한국에서 한창 활발했던 지난주,

한국 교민이 많은 이곳 북가주에서도 두 번째 탄핵 촛불 집회가 열렸다. 

 

첫 번째 집회는 12월 6일 실리콘밸리에서 열렸는데 

집회 공지가 하루 전날인 5일에 났고 나는 집회 다음 날인 7일에 소식을 듣게 되었다. 

따로 가입해 있는 한인 동호회나 네트워크가 없어서 이런 소식을 항상 늦게 듣는다 ㅠ

이번에도 우연히 MissyUSA의 자유게시판에 있는 글을 보고 알게 되었다.

첫 번째 집회에 못 간 아쉬움에 혹시 두 번째 집회가 있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던 중, 지난주 화요일에 두 번째 집회 공지가 올라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장소는 실리콘밸리였고 금요일 저녁 7시에 시작이었다. 

 

남편하고 이번에는 꼭 가자고 마음먹었는데,

문제는 내가 금요일 저녁 직장에서 저녁 행사가 있었다. 

내가 사는 곳에서 실리콘밸리까지는 차로 약 한 시간 반이 걸린다. 

부랴부랴 직장에 양해를 구해서 6:20분에 퇴근하는 걸로 조율을 했다. 

그래도 7시까지 도착하는 건 불가능.

어쩔 수 없이 7:30 도착을 목표로 참석하기로 했다. 

가는 길. 

행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시계만 보다 

6:30분에 겨우겨우 출발했다. 

남편이 유료도로를 달려 다행히 7:35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우리는 촛불도 피켓도 아무것도 없이 빈손으로 갔다 ㅠㅠ 

미처 준비할 시간도 없었기도 하고 ㅠ

다행히 주최 측에서 촛불과 피켓을 나눠주셨다. 

급하게 오느라 저녁도 못 먹고 왔는데 김밥도 주심 ㅠㅠ

너무 따뜻해 ㅠㅠ 감사합니다 ㅠㅠ

 

 

 

막연히 딱딱하고 결연한 분위기를 상상했는데

그것보다는 훨씬 더 축제 같고 자유로운 모임이었다. 

구호는 한국어와 영어로 번갈아가며 외쳤고,

중간중간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자유 발언도 여러 차례 있었다. 

다들 스피치를 준비해서 온 게 아닐 텐데

어쩜 그렇게 말을 잘하는지 깜짝 놀랐다. 

 

계엄을 이전에 겪은 세대부터 한국어보다 영어가 편한 2세들까지 

주저 없이 탄핵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자유 발언을 이어갔고 

듣는 사람들은 박수와 호응으로 응답해 줬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100명가량 모인 것 같았다. 

실리콘벨리 외에도 LA나 다른 미주 지역에서도 소규모 집회가 있었다고. 

동생하고. 

동생네 부부도 우리보다 먼저 와서 집회에 참여함. 

동생의 남편은 미국인인데 같이 응원하러 와줬다. 고마워 ㅠㅠ

구호도 같이 외쳐주고 노래도 같이 불러주고 ㅠㅠ 감동 ㅠㅠ

집회는 8:20분 정도에 마무리가 됐다. 

그냥 헤어지기가 아쉬워 근처 카페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몸을 녹였다.

이날 바람도 엄청 불고 무척 추웠는데 

영하의 날씨에 한국에서 집회 참석하신 분들은 얼마나 더 춥고 힘들었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저 없이 국회로 나선 시민들의 마음이 

조금은 헤아려졌고 또 존경스러웠다. 

 

집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훌쩍 넘었다. 

실리콘벨리는 너무 멀어 ㅠㅠ 

밥도 못 먹고 세 시간을 운전한 남편은 녹초가 되었다. 

고맙고 찡했다.  

그리고 우리 둘 다 씻고 나와보니 윤 대통령은 탄핵이 되어있었다. 

갈길은 멀지만 작은 안도가 새어 나왔다.

사진: https://baynewslab.com/실리콘밸리서-다시-열린-윤석열-탄핵-촉구-집회/

이날 10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인 외침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큰 도움이 됐겠냐마는 

각국에서 모인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다른 뜻이 없었다. 

그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삼삼오오 나선 것뿐.

비록 우리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고 한국인, 미국 영주권자, 시민권자, 미국인이 섞여있었지만 

윤 대통령을 규탄하는 마음과 먼 고국의 민주주의의 안정을 위하는 마음은 같았다. 

실리콘밸리서 다시 열린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윤석열 탄핵이 민주주의 지키는 유일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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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는 지역 한인 신문에 나왔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또 이런 집회가 있으면 몇 번이고 참석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