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 일상 (A day in the Bay)

무인택시 Waymo 탑승기 - 2024.09.14

adayinthebay 2024. 9. 23. 09:40

몇 년 전부터 무인택시 웨이모 (Waymo)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시범운행을 시작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지만 가끔 돌아다니는 게 포착되곤 했다.
언제부터 공식적으로 운행하기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요새 들어 샌프란 시내에 부쩍 웨이모가 많이 보이고 승객들을 태우고 돌아디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미국 내에서는 샌프란 말고도 엘에이, 피닉스, 오스틴에서 운행 중이라고 한다. 
 
처음 이름 들었을 때는 중국 기업인가 했는데 찾아보니 실리콘벨리 마운틴 뷰에 있는 미국 기업이더라.
아무튼.
사무실 동료가 최근 웨이모를 탔다고 긍정적인 후기를 들려주길래 관심이 생겨서 
나도 지난 주말 (멀쩡한 차 냅두고) 샌프란시스코에 가서 웨이모를 타봤다. 

웨이모를 이용하려면 우버와 마찬가지로 앱을 다운로드하여야 한다. 
리뷰가 나쁘지 않다. 
온갖 개인정보를 다 입력하고 계정을 만들면 본격적으로 웨이모를 부를 수 있다.

우버는 승객이 있는 곳까지 와서 픽업을 해주지만 웨이모는 근처로 픽업 장소를 따로 지정해 준다. 
우리는 호텔에서 불렀는데 한 블럭 거리에 픽업 스폿 옵션 여러 개를 받았다. 

픽업 장소를 정하면 웨이팅 시간과 대략적인 목적지 도착 시간도 나온다. 

우버처럼 차가 어디에 있는지 트래킹도 가능하다.

웨이모 영접!

깔끔한 외관. 루프에는 카메라가 달렸다.

내부도 엄청 깔끔함. 
앱을 통해서 차 문을 열고 필요한 경우 트렁크도 앱을 통해서 열 수 있다. 우리는 전날 호텔에 묵어서 짐이 많아 트렁크가 필요했다. 못 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웨이모 앱에 있었다.
 

안전벨트를 하고 화면에서 "스타트 라이드"를 클릭하면 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완전 신기 🤩.
"서포트" 버튼을 누르면 안내 센터와 연락 가능하다.   

앱을 통해서 음악도 바꿀 수 있는데 케이팝도 있다.
케이팝 몇 곡 들었는데 도통 아는 노래가 나오지 않아서 채널 바꿈 😐.
 

스무스한 코너링. 휘리리릭!
핸들이 저절로 돌아가는 것도 신기하고 페달이 눌리지 않는데 가고 서는 것도 신기했다. 
미래 세계에 온 듯 한 기분. 
주변에 있는 차 뿐만 아니라 보행자까지 인식을 하는 게 놀라웠다.  
뿐만 아니라 차선을 바꾸려고 깜빡이를 틀었다가 교통 상황이 여의치 않자 다시 판단을 바꿔서 원래 차선으로 돌아가는 것도 대단했다.
인공 지능이 엄청 똑똑하구나. 일단 나보다는 더 똑똑함 🥲

그렇게 약 18분 간의 첫 웨이모 라이드를 마쳤다. 
신기함과 놀라움의 연속이었지만 장단점이 분명.
우버나 리프트를 대체하지는 못 해도 시장에 무리 없이 자리를 잡지 않을까 싶다.

  • 내가 느낀 웨이모의 장점은 👍

1. 깨끗하다: 우버나 리프트 타다 보면 가끔 진한 향수 냄새나 담배 냄새가 배어있는 경우가 있는데 웨이모는 아직 그런 건 없다. 
2. 프라이버시: 차에 나와 남편 딱 둘이 있기 때문에 더 프라이빗하게 라이드를 할 수 있는 건 큰 장점이다.
3. 안정적이다: 우버/라프트는 운 나쁘면 굉장히 난폭한 드라이버를 만날 때가 있는데 (멀미는 덤) 웨이모는 굉장히 안정적인 속도로 주행한다.
4. 드라이버 눈치 안 봐도 됨: 짐이 많을 때나 음악 소리가 너무 클 때, 혹은 이런저런 요청하기 눈치 보일 때가 있는데 웨이모는 그런 게 없어서 좋다.   
5. 야간 운행: 사람이 운전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우버/리프트가 많이 안 다니는 새벽 시간에도 웨이모를 탈 수 있다.
6. 팁 없음: 엄청 큰 장점. 
 

  • 반대로 웨이모의 단점은 👎

1. 비싸다: 우버/리프트와 가격이 같거나 조금 더 비싸다. 웨이모가 가격에서의 경쟁력이 없다면 굳이 돈을 더 주고 이걸 탈만한 큰 메리트는 없는 듯.
2. 긴 웨이팅: 아무래도 우버/리프트보다는 웨이팅이 길다. 우버가 3분 안에 잡힌다면 웨이모는 잡히는데 7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급하게 가야 하면 웨이모는 비추.
3. 픽업/드롭: 내가 원하는 곳에서 픽업/드롭을 할 수 없고 지정된 곳에서 타고 내려야 한다. 짐이 있으면 불편할 수도.  
4. 느리다: 주행이 느린 편이다. 우버/리프트의 경우, 기사님께 상황을 설명드리면 더 빨리 가거나 지름길을 찾아주시거나 하는데 웨이모는 그런 게 없다.
5. 드라이버가 없다: 나나 남편처럼 극 내향인인 경우 기사님이 없는게없는 게 더 편할 수 있지만 기사님과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이 될 수 있으니 드라이버가 없는 게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혼자 타고 가다 위급한 상황을 만났을 때 운전석에 사람이 있으면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안심이 되지만 웨이모의 경우 (안내 센터와 연결은 할 수 있지만) 혼자 해결해야 할 확률이 높지 않을까.
6. 짐 싣기: 무거운 짐을 가지고 탈 경우 우버/리프트 기사님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웨이모의 경우 각자 알아서 실어야 한다. 결국 사람이 있는게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 결론

결론은 웨이모는 아주 재미있는 경험이었지만 가격과 웨이팅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그냥 우버나 리프트를 이용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가격은 모르겠지만 웨이팅에서는 이미 네트워크가 잘 되어있는 우버나 리프트를 이기기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고 픽업 장소까지 가서 타도 괜찮다면 확실히 웨이모가 쾌적하고 프라이빗하다. 특히 일반 택시 잡기 어려운 새벽 시간에는 확실히 좋은 옵션일 듯. 그리고 가족이나 친구 놀러 오면 경험 삼아 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